무관심

 

세상에서 가장 큰 악은 분노나 증오가 아니라 무관심이다.

-엘리 비젤(Elie Wiesel)

 

 

  수잔과 닉이 아기를 갖기로 했을 때, 두 사람은 맞벌이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두 사람의 수입으로는 저축은 커녕 적자를 메우기도 벅찼다.

각종 세금과 공과금을 내고 나면 저축할 돈이 전혀 남지 않았다.

게다가 닉은 직장은 의료보험 혜택이 없었으며, 수잔이 다니는 직장은 출산 휴가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아기를 갖기로 마음 먹었고, 결국 아기를 가졌다.

  닉과 수잔은 직장에서 거의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했다. 이것은 놀랄 일이 아니었다.

닉은 자신을 '열심히 일하는 보통 가장'이라고 늘 생각해 왔지만, 동료들은 '사회목지기금 도둑'처럼 바라보았다.

수잔도 " 좀 앞을 내다보며 계획을 세울 수 없었나요?"하는 비난을 받았다.

어느 누구도 두 사람에게 드러내놓고 싫은 내색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진심으로 기뻐해 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이런 무관심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깊은 상처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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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부모들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좋은 질문이다.

우리들 대부분은 모잠비크나 상파울로, 캘커타와 브롱크스에서 고통당하는 아이들을 걱정하는 것은 고사하고

내 아이를 돌보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사실 하루하루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게다가 각자 나름의 삶이 있는 상황에서 위급할 때 누구에게 먼저 관심을 쏟을 것인지는 불 보듯 뻔하다.

이것이 앞에서 소개한 수잔과 닉 이야기의 요점이기도 하다.

당장 눈 앞에 닥친 자기 문제를 해결하려고 말버둥치다 보면 알게 모르게 다른 이들이 당한 아픔은 외면할 수밖에 없는 게 지금 우리 처지다.

이렇게 점점 우리는 무관심이라는 덫에 빠져들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