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빛지기 2018-10-05 21: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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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은신처> - 정신증, 신경증, 경계성 환자에서 나타나는 병리적 정신 구조

 

                                    ........................ 존 스타이너 지음 / 김건종 옮김            

 

 

정신분석적 기법의 문제:

환자 중심 해석과 분석가 중심 해석

 

 

  정신적 은신처로 과도하게 철수해버린 환자는 우리에게 주요한 기법적 문제를 제기한다.

닿을 수도 없고 변화하지도 않는 환자는 분석가에게 하나의 도전이 되는데,

분석가는 절망 속에서 포기하지 않아야 하며 동시에 지나치게 강압적인 방식으로 이 저항과 반대를 극복하려 하지도 말아야 한다.

이 상황에서 환자와 분석가는 서로 반대되는 목적을 지니고 있기 쉽다. 환자는 평형을 다시 회복하여 유지하는데 관심이 있으며, 이는 정신적 은신처로 철수함으로써 가능하다.

반면 분석가는 환자가 이로부터 몸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도우려고 하며, 자신의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통찰을 통해 발달이 일어날 수 있도록 이끌려 한다.

  조셉(1983)은 이러한 마음 상태에 있는 환자는 자신에 대한 이해에 관심이 없으며, 분석을 문제에 대한 통찰을 얻는 것이 아닌 다른 다양한 목적을 위해서 사용한다고 말했다.

환자의 주된 관심은 마음의 평형을 확립하여 평온과 안전감을 얻는 것이고, 그 결과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된다.

이 때 환자에게 있어 무엇보다 우선인 것은 원치 않는 마음의 내용물을 제거하는 것이다.

때문에 그는 이를 분석가에게 투사하고 자신의 마음 속으로는 아주 조금 밖에 되가져오지 않는다.

환자는 생각할 시간도 공간도 없기 때문에 정신이 움직이는 과정을 들여다본 것을 두려워한다.

말이 사용되기는 하지만 이는 정보를 전달하기 위함이 아니라 분석가에게 영향을 끼치는 하나의 행동으로서 쓰인다.

분석가의 말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통찰을 제공하느 것이 아니라 분석가의 마음 상태를 드러내는 일종의 행동으로 간주된다.

만약 분석가는 자신의 임무가 환자의 이해를 돕는 것이라고 셍각하는데 환자는 그러한 이해를 견딜 수 없거나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면, 분석을 궁지에 몰리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드물지 않으며, 환자와 분석가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문제들을 일으킨다.

 

  이 책 전체를 통하여 나는 분석가와의 접촉 그리고 현실과의 접촉이 회피되고 왜곡되고 오표상되는 다양한 방식에 대해서 논의해왔다.

또한 나는 현실을 견딜 수 없을 때 어떻게 다양한 기제들이 작동하게 되는지 묘사했다. 이러한 기제들이 현실로부터의 은신처를 제공하는 병리적 인격조직으로 뭉쳐질 때,

분석가는 이 조직이 부과하는 규칙에 복종할 때에만 받아들여진다. 환자가 스스로 설정해놓은, 자신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지키라는 압력이 분석가에게 가해진다.

이는 어떤 종류의 해석은 허락되지도 않고 환자는 이를 듣지도 않을 거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만약 분석가가 자신의 임무가 통찰을 통해 환자의 성장을 돕는 것이란고 생각한 나머지 너무 조급해진다면, 전보다 더 완고한 은신처로의 철수가 일어날 것이며,

고착 상태가 더 굳어지면서 이를 풀어내는 것은 극도로 어려워질 것이다. 만약 반대로 분석가가 지나치게 수동적인 입장을 취한다면 환자는 분석가가 자신을 초기했다고 느낄 수 있고,

분석가가 패배했거나 아니면 도착적 조직과의 부정직한 공모에 사로잡혔다고 생가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이 제게하는 만만치 않는 기법적 문제들은 부분적으로 분석가에서 일깨워지는 불편한 역전이 감정에서 기인한다.

환자는 보통분석가가 불편해한다는 것을 즉각적으로 인지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만들어진데 있어 자신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인식하지 못하며 자신의 내적 문제에 대해서도 무지할 뿐 아니라 무관심하다.

분석가의 해석은 은신처 속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침입으로 느껴지고,

환자는 만약 자신이 이 은신처의 보호에서 몸을 뺀다면 박해적 해체disintegration나 견딜 수 없는 우울적 고통을 대면할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한다.

   이 장에서 나는 이해하기understanding 와 이해받기 being understood를 구분할 것이며

ㅡ 이해하는데 - 즉 자신을 이해하는데- 관심이 없는 환자들도 분석가로부터 이해받고자하는 절박한 욕구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다. 

때로 이는 이해받고자 하는 소망으로 의식적으로 경험되기도 하고, 때로는 이 소망이 무의식으로 소통되기도 한다.

소수의 환자들은 이해받는다는 생각 자체를 증오하면서 이를 거부하고 모든 의미있는 접촉을 제거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환자들조차 분석가가 지금 벌어지는 일을 인식하기를 원하고 자신의 상황 그리고 자신의 곤경을 인식해주기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