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빛지기 2021-01-30 06: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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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 불안, 분노, 중독, 광기, 그리고 사랑에 관하여"

마음의 여섯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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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얼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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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론적으로 이제 우리가 알게 된 것은 감정은 이성을 혼란시키는 마귀가 아닐뿐더러,

변덕스럽고 믿을 수 없는 육체의 부산물 역시 아니라는 것.

오히려 감정은 나 자신과 세상에 대한 깊은 직관을 가장 빠르게 직접 전달해주는 전령이며,

이성적 사유 자체를 가능케 하는 기반이다.

 

굳이 순서를 따지자면 안 좋은 생각 때문에 우울해지는 게 아니라,

우울하기 때문에 안 좋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해부학적으로 보아도, 우리 뇌에서 생각이 감정에 물드는 경로는 자연스럽고 풍성하나,

생각이 감정을 바꾸는 경로는 어색하고 빈약하고 부실하다. 우리는 그렇게 진화해왔다.

 

... 많은 사람들이 믿듯 '의지'로 우울을 억누르고 해소하고, '이겨낼' 수는 없는 것이다.

 

" 우리는 꿈에게 명령할 수 없다."

슬라보예 지젝의 말이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는 감정에 명령할 수 없다.

 

감정에 명령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 가부장 문화에서 자란 오십대 이상의 남성들은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를 수치스러워한다.

그래서 자기는 아무 문제없고 강하고 마음먹으면 다 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의지만 있으면 다 딘다고 큰소리치면서 불안해하거나 우울해하는 사람들을 경멸한다.

그러면서 직장에서 아랫사람들을 갈구고, 술 마시고 동료들과 싸움박질하고,

아내의 외도를 의심하고, 집에 들어와 자식들 무릎꿇어앉히고 설교하고 큰소리치고 짜증낸다.

 

 

이들은 정신분석가 오토 컨버그 말처럼

'우울할 능력이 없는'사람들이다.

 

 

우울하기 위해서는 감정을 마음에 담을 수 있어야 하고,

그 감정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감정을 느끼고 받아들여본 적이 없기에 이들은

안 좋은 감정이 생기면 이를 느끼기 전에 밖으로,

정확하게 말해 다른 사람들에게 던져버린다.

 

그래서 그 감정을 받은 사람들을 괴롭게 만들어 놓고

자신은 텅 빈 상태를 겨우 유지하면서,

나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고 잘난 척 한다.

나는 자수성가해서 이렇게 살아남았는데,

자식놈은 왜 이리 나약한지 모르겠다고 한탄한다.

.....

 

 

--<마음의 여섯 얼굴 >- 중 / 김건종 지음, 에이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