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되어 가는 중입니다!

                                                                                  ................. 김 훈 태 / 유유 

              아이의 의지는 어떻게 발달할까?

 

  발도르프 교육의 창시자 루돌프 슈타이너는 의지가 아이의 발달과 함께 본능에서 충동으로,

충동에서 욕망으로, 욕망에서 동기로 변화한다고 설명합니다. 

아이가 태어난 뒤에 하는 행동을 잘 관찰해 보면 아기는 참 본능적으로 살아갑니다.

가르친 적도 없는데 갓난아기는 엄마 젖을 찾고, 손가락을 주면 움켜쥐고 또 장난감을 입으로 가져와 빱니다.

이것을 '초기반사'라고 하는데요. 시간이 지나면 점차 사라지는 행동입니다.

... 이런 행동들은 본능에 따라서 하는 것입니다. 의지의 첫 번째 단계가 바로 이 본능입니다. 

 

  동물과 달리 인간은 배워야 할 것이 참 많지요.

기저귀에 대소변을 마음대로 보던 아이가 두 돌쯤 지나면 변기에 앉아 대소변 가리는 법을 배웁니다.

서너 살이 지나서 기저귀를 뗀다고 해도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프로이트는 이 시기를 '항문기'라고 부르며,

이 때 조급하게 굴거나 강압적으로 배변 훈련을 시키면 나중에 문제적 성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합니다.

본능뿐이던 아기의 의지가 부모의 격려와 리듬 있는 반복, 모방을 통해 습관의 힘으로 발전합니다.

만 2~3세즈음 아이는 본능적인 삶에서 조금씩 벗어납니다.

이때 아이를 이끌어 주는 힘은 부모의 권위와 아이의 모방욕구입니다.

 

  이때에는 아이의 놀이도 바뀝니다. 책장의 책이나 찬장 속 냄비를 끄집어내며 놀던 아이가

어느날부터 물건들을 배열하며 놀기 시작합니다. 컵들을 기차처럼 길게 늘어놓기도 하고,

비슷한 물건끼리 짝지어 놓기도 합니다.

점점 질서를 만들고 싶은 충동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본능적인 의지는 점점 내면화되어 갑니다.

이 시기에는 점차 판타지가 생기면서 소꿉놀이를 하고 혼자 놀기보다 친구와 함께 노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 때 아이들은 내적 충동에 따라 가끔 버르장머리 없는 짓을 벌이기도 하는데요.

입에 든 음식물을 엄마아빠 얼굴에 뱉는다든지, 잘 갖고 놀던 장난감을 갑자기 동생에게 내던지기도 합니다.

이처럼 충동적인 행동은 부모의 권위로 다듬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충동의 힘은 습관의 힘이기도 합니다.

이 시기의 의지적 특성을 잘 드러내는 속담이 바로 "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입니다.

세살 무렵까지 형성된 습관이 평생을 간다는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이것은 초기 육아에 얼마나 정성을 기울였느냐에 따라

이후 아이를 키우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와 시간이 그만큼 절약된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이 시기의 아이는 모방의 천재이기도 해서 주변 사람의 행동뿐 아니라 생각과 감정까지 자기것으로 가져옵니다.

그러니 아이에게 좋은 습관을 만들어 주려면 아이가 모방할 만큼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하고,

부모님이 모든 일에서 좋은 모범이 되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의 의지적 힘은 이제 욕망이 될 것입니다.

보통 10대가 겪는 질풍노도의 시기는 타오르는 욕망의 시기이기도 합니다.

무언가를 하고 싶고, 되고 싶고, 사고 싶은 열망이 넘치는 때입니다.

그런데 만약 자기가 원하는 건 다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 아이가 있다면 어떨까요?

사실 이런 아이가 요즘에는 꽤나 많습니다.

기질적 특성과 문관하게 이런 심념이 형성된 아이는 주변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기 어렵습니다.

참을성이 없고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부정적인 자아감, 다시 말해 이기주의가 팽배해진 상태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 삶의 주인이 나라는 것과 세상의 중심이 나라는 것은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내 삶의 주인이 나인 것처럼 다른 사람 역시 각자 삶의 주인이므로

아이는 나의 욕망과 타인의 욕망을 함께 고려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이유는 이기주의를 넘어 서로 협력하고 삶의 의미를 찾기 때문일 것입니다.

동기는 욕망이 자아와 연결되어 행동의 이유를 인식하고 의지를 내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며 동기에 따라 사는 법을 조금씩 배워 갑니다.

그냥 하고 싶서 하는게 아니라 왜 해야 하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아는게 동기에 따라 사는 것입니다. 

하기 싫은 일도 동기에 따라서는 묵묵히 해야 할 때가 있지요. 너무 어린 시절부터 동기를 이식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사춘기 이어후에는 외적 동기에서 점점 내적 동기를 찾도록 도와야 합니다.

정말 강력한 의지는 자발적인 동기에 따라 살 때 나오기 때문입니다.

 

자기 이유를 가져야만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고,

꺼지지 않는 소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내 의지로 삶을 이끌어 갈 때 우리는 저마다의 삶에서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